좋은 시

알몸으로 살지, 李 乙(이만재)

다솜이님 2017. 1. 12. 12:49

 

 

 

 

 

 

 

알몸으로 살지

 

                                  李 乙(이만재)

 

 

벗고 살지

옷일랑 벗고 알몸으로 살지

알몸으로 생각하고

알몸으로 말하지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명동 한복판에서도

망우리 공동묘지에서도

알몸이 되어

가슴팍 보이는 알몸이 되어

부그럼 접어두고

속을 훤히 내보이는 알몸으로 살지

 

옷일랑 입고 대중탕에 들어온 사람은 서울대공원 성성이 같이 보이지 않겠나.

애숭이, 늙다리, 머슴아, 가시네 모두 벗고 알몸으로 살지.

맨살이면 어때. 그까짓 불두덩 거웃[陰毛]은 누구나 다 있는 상식이 아니겠나.

감춘다고 도망가는 놈도 아니잖아.

 

좀 우스광스레 남자는 밑엣것이 덜그덩거리고 여자는 앞가슴이 덜그덩거리겠지.

이렇게 덜그덩거리다 보면 너도 덜그덩, 나도 덜그덩, 세월도 덜그덩덜그덩,

구렁이 담 넘어가듯 덜그덩덜그덩 넘어가지 않겠나.

 

너만 벗어도 우습고 나만 벗어도 우스갯짓.

우리 옷일랑 죄다 벗어 불사르고 알몸으로 살지.

누가 뭔 소리 해도 좀 사람 같다 하잖겠나.

 

옷이 뭔 대수겠나.

옷 같은 게 말이야---

벗고 말하지

옷일랑 벗고 알몸으로 말하지

 

가슴 몽땅 쏟아놓고

훤히 들여다 보면서

구겨진 양심을 펴면서

감춰진 얼굴을 보면서

거울 보듯 알몸으로 말하지

그리고 시를 써 볼거나

대포 한 잔 해 볼거나

밑엣것 자랑해 볼거나